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 본문
단순 흥미로 구입했지만
의외로 기대보다 더 흥미로워서
명예의 전당에 넣어줄까 싶은 아이
상식은
현재 다수가 믿는 것
일 뿐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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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은밀하게 고백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간 우리는 철저하게 길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체취를 풍기는 것을 일종의 경범죄로 여기고,
이국적인 과일 (망고, 파파야, 패션푸르트)이나
비스킷 (바닐라, 코코넛, 생강)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을
지상 과제로 떠받든다.
내 친구 말처럼, 잡지와 TV에 나오는 기준은
"마치 지구에 살지 않는 듯 싶은"
살균과 합성 과정을 거쳐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이 기준을 무시하는 데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식의 목욕은 더럽소. 우리 육신을 정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럽히는 것이오. 그대는 음란한 눈으로 아무도 바라보지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의 음란한 눈빛을 끌어들이잖소.
그대는 추악한 쾌락으로 그대의 눈을 타락시키지 않겠지만,
타인을 기쁘게 함으로써 그대 스스로 타락하게 되는 것이오"
기독교인은 타인이 자신 때문에 느낀 욕정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성 크리소스토무스가 석 달 동안 유형 길에 올랐을 때
그를 감시한 자는 목욕탕이 있는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목욕의 상쾌함"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죄수에게 각별한
고통이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성 크리소스토무스는
목욕을 못 한 채로 유배지로 향했다.
Nacirema = American의 철자를 반대로 쓴 것
마이너의 이 유서 깊은 풍자는 인류학적 연구 방식과
'타자'에 대한 서구학자들의 은근한 우월감을 꼬집은 것
불결함에 대한 우리의 모든 감각의 밑바닥에는
육체의 신성함에 대한 어떤 분석할 수 없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느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물질계에서 더러워질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육체밖에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세계에서는
굳은 바위가 더럽지 않듯이 축축한 찰흙도 더럽지 않다.
찰흙이 더러워지는 까닭은 그것이 사람의 발에 달라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번 '더러움' 1921)
물론 톨로스는 개인적으로 '청결 천'을 비롯한 여성위생용품에는
전혀 흥미가 없지만, 체취를 없애지 않고 사는 것이 불안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망고 향이 나지 않는 몸은 어떨까요? 망고 향이 등장하기 전에는
레몬 향이 있었고, 그 전에는 장미 향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가짜 (향기)에 너무나 익숙해서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진짜 체취를 두려워합니다.
진짜 체취는 알몸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인공 향을 뿌리지
않고 외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목욕, (명사).
종교적인 숭배 대신에 치르는 신비한 의식의 일종.
이것을 통한 영적인 효험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비어스. "악마의 사전"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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