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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책도 보자

800만가지 죽는 방법

Sonia Kang 2015. 10. 25. 16:43

 
의외로
괜찮아서
놀랬던 기억
 
술술 읽히는 소설
... 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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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공연히 딜레마에 빠질 때가 많아요. 세상에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거죠. 그러니까 A가 마땅찮으면 B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요. 아직 남은 알파벳이 얼마든지 있잖아요?"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들어갔다. 죽은 창녀와 주택국 소속 경찰, 교외선 열차에 치인 여자가 생각났다.
'이 도시에서 술에 취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걸 잘 하는 짓이라고들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그런데 넌 한번도 포주가 없었단 말이지? 남자 친구도?"
"한번도요. 손금을 본 적이 있어요. 손금을 봐준 여자가 한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녀는 내게 
'손님, 두뇌선이 이중이네. 머리가 가슴을 지배하고 있어.'
라고 말하죠"
 
"하인리히 하이네가 죽어가고 있을 때 말이에요. 그 사람 독일 시인이죠?"
"그런가?"
"죽어 가면서 이렇게 말했대요.
'하느님은 나를 용서하실꺼야. 그게 하느님의 직업이니까'"

 
나는 전직이 경찰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유추를 해내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게는 그다지 까다로운 일 같지 않았다.
 
"첸스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아시죠, 진심으로 자기를 원하지 않는 남자 곁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겠죠"
 
"서니도 좋아해요. 누구나 서니를 좋아하죠.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니까요. 그녀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다나는요, 그가 다나를 원하지 않는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다나도 그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둘 다 순전히 사무적인 관계인 것 같거든요. 다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말고도 세상에 사람들이 산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니까요"
 
두 잔 째 커피를 마시면서 주머니에서 다나 캠피온의 시를 꺼냈다. 어떤 구절은 알 듯 했지만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단어들은 내게 윙크를 보내며 주의를 끌려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 미묘한 깜박임을 포착하기에는 뇌가 많이 손상된 것 같았다.
 
그때 덩치 큰 남자가 몹시 거슬리는 목소리로 그럴 듯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체면 때문에 여기 왔어요. 그런데 내 체면이 내영혼에 붙어 있다는걸 알게 됐죠"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충격은 받았지만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좋지 않게 끝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가봐요. 급사를 할 거라고요. 꼭 살해되지는 않더라도 인생의 희생자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자살을 한다든가. 아니면 알코올과 약을 잘못 섞어먹는다든가요"
 
시선을 벽 쪽으로 돌렸다. 벽에는 '단순하게 하자'라든가 '여유 있게 하자' 처럼 주옥 같은 경구가 붙어 있었다. 자석에 끌리듯 내 시선을 끈 것은 
'신의 은총 외에는 방법이 없다'
라는 문구였다.
 
"우라질, 문제는 말이지. 내가 얼마나 당신을 믿을 수 있느냐는거야. 내가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거야. 나는 정말로 당신을 믿어. 내 말은, 당신을 내 집으로 데려왔잖아. 내 집에 데려온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내가 왜 그랬는지 알아?"
"모르겠어"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자랑 하려고 그랬을까? 여기 검둥이가 갖고 있는걸 좀 보라고 그랬을까? 아니면 내 영혼이라도 보여 주고 싶어서 당신을 집 안으로 초대한걸까? 어쨌든 간에, 젠장. 내가 당신을 믿게 되었다는거야. 하지만 그게 잘 한 일일까?"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안되지."
"맞아. 당신한테 물을 문제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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