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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책도 보자

거짓말 제조기

Sonia Kang 2015. 10. 25. 16:47

 
타인과 나
신뢰와 abuse
결국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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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징후들은 아주 일찍 나타났다. 내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를 칠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진한 빨간색 매니큐어였다. 손톱 끝부분은 창녀나 청소부들의 손톱처럼, 특히 그녀의 손톱처럼 조금 벗겨져 있었다. 손톱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일종의 권리 주장이었다. 그녀는 그런 중요하지 않고 세세한 일들을 무시할 권리를 자기 자신에게 허락했다. 그녀는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든 혹은 싫어하든. 어쨌거나 그녀는 기다란 두 손으로 세상을 움켜쥐었다. 유리알을 쥐듯 조심스럽게 쥐어 손바닥의 움푹한 곳에 머물게 했다. 그녀는 그 유리알을 가지고 놀 수도 있었고, 호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랬다 해도 누가 감히 그녀를 비난하겠는가? 나로 말하자면, 그녀가 매일 광적으로, 가차없이 유발한 수많은 사건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경계할 겨를조차 없었다. 
나는 사뭇 희열에 차 그녀의 손아귀에 몸을 던졌다.

 
"네가 결혼하는 날 교회에서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엄마 뿐일꺼다. 어떤 고생길이 너를 기다리는지 엄마는 잘 알고 있거든. 하지만 善과 종족보존을 위해 너에게 그 말을 할 수가 없지"
 
롤라는 세상을 거침없이 자기 것으로 삼는 부류였다. 그녀가 하는 말들은 강력하고 탐욕스러웠으며, 모든 것을 유린했다. 또한 두말 할 것도 없이 난폭했다. 그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야기를 했다. 논쟁을 좋아하는 그녀의 혀는 자신의 생각들을, 자신의 문장들을 단호하게 입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은 잘 표현하지 못했고, 왠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상스러움은 편견들을 불식시켰다.
 
"판매원의 표정을 보고 손님이 눈치챌 수 있는 것이 세 가지 있어. 의심, 멸시 그리고 경탄이지"
 
그녀의 어조는 단단했고, 그녀가 그런 어조로 말할 때 그가 자기 자신을 냉혹하고 몰인정한 남자로 느낀다는 것을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썹이 아래로 축 처졌다.
 
신디는 포크 끄트머리로 프라이드 치킨을 조금씩 떼어 먹었고, 롤라는 손가락으로 고깃덩어리를 거침없이 공략했다. 그녀의 빨간 손톱들이 기름진 고깃덩어리 속에 박혔지만 역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식욕은 삶에 대한 그녀의 맹렬한 열정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삼키고 그것을 자기 안에 비축해두었다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유복한 가정이라는 안전망을 지닌 채 이 세상에 태어났고, 덕분에 인생의 진정한 걱정거리들을 피할 수 있었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절박한 사태란 없다. 실질적인 굶주림이 없다. 나는 집안에서 방관자였고 내가 설 자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집 밖의 푹신한 소파에서 내 자리를 찾아냈다. 상황이 나쁘게 돌아갈 때면 불안해 하는 대신 시나리오 작가가 그 궁지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지,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나는 끈적끈적한 우울감에 파묻혔다. 롤라와 신디는 멀리서 끊임없이 공모의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자처럼 질투가 났다. 불합리하고 어리석지만 어쩔 도리 없는 질투였다. 나는 신디가 첫날 나에게 했던 위선적인 말들을 곱씹었다.
 
지나치게 응석받이인 아이들이 그렇듯이, 더욱 잔인한 것은 부모님으로 하여금 내가 부모님을 원망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고, 부당한 일이라도 되는 듯 아무도 그 원인을 밝혀내려고 하지 않았다.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나를 조롱할 때마다 나는 얼굴을 붉히거나 바보스럽게 웃었다. 사람들이 그 주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상황에 들어맞는 좋은 응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더 나쁜 것은, 때로 좋은 응수가 생각나도 그 말을 했다가 내 감정이 더 다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입 밖으로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자아는 상처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집에 돌아와 야간 상영을 하면서 시나리오의 실수들을 수정하곤 했다.
 
내가 하는 이런 짓거리가 치사스러운 짓임을, 내가 쓸데없이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을 휘저어 분탕질하고 있다는 것을, 잘못 삼킨 수프의 흐릿한 거품을 하릴없이 휘젓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치료제였다. 
덕분에 나는 쓰라림으로 인해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신디가 뭔가를 표현하는 어휘는 기껏해야 열다섯 개 이내일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의 복잡함을 고찰하는 기술적 수단이 없을 때 인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삶에 머무르기 위해 남은 희망을 게걸스럽게 삼켜댔다.
더러운 방의 벽에 피로한 그림자가 비쳐들 때면 그녀는 관보다는 고독이 더 무서웠다. 아침의 유령, 자동차의 유령. 삶은 그녀에게 헤드라이트를 비추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쓰러졌다.
 
그녀는 자기 자서전의 한 부분을 부주의하게 통과했다. 그때 그녀는 죽음의 순간이 되풀이되는 것을 즐겼다. 만일 그 때 그녀의 삶 전체가 그녀의 눈 앞에 좍 펼쳐졌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 바보 같은 영사기사가 다른 필름 두루마리에 손대기를 바랐을 것이다.
 
아이가 내 목에 매달리며 말했다.
"언니는 내 친구야"
안도감이 잔잔한 바람처럼 내 안에 불어왔고, 그 빈약한 보상을 좇아 달렸던 나 자신이 매우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뜰 기미를 보이며 테이블에 동전 몇 개를 꺼내 놓았다. 나는 너무나 명백한 그 술책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고, 애정을 미끼로 한 그 협박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또한 나는 그녀가 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그녀가 떠나도록 내버려 두면 그녀를 완전히 잃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계산된 몸짓으로 가방을 천천히 주워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일단 견고한 현실 하나를 선택해야 해. 그 현실을 열어 젖힌 다음 거기에 세부적인 거짓말들을 세심하게 접목시켜야 하지. 그런 다음 다시 봉합하는 거야.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서 그 거짓말이 잘 통하는지 지켜보는거야. 그것이 머릿속에서 아물도록 내버려둬야 해. 그리고 자기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사실을 잊어버려야 해. 그 접목이 성공하면 그 거짓말은 네 인생의 일부가 되는거야. 훌륭한 거짓말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야. 그 거짓말은 어느 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저절로 솟아오르지. 그 거짓말은 스스로 싹을 틔우고 성숙해가.
 
그들의 목소리는 막연한 감탄의 색조를,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부여하는 색조를 띠게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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